[기자수첩] 한국의 '뱅스터'.. 언제까지?

김혜리 기자 / 기사승인 : 2018-06-23 19: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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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타임 통신)김혜리 기자=지난 2012년 영국에서는 '리보(RIBOR) 조작 사건'으로 영국 2위 은행 바클레이스(Barclays)를 비롯한 거대 은행들이 도마에 올랐다.


리보는 런던 은행 간 금리(London Inter Bank Offered Rates)의 줄임말로, 영국 런던에서 은행들간 자금 대출에 대한 기준 이자율을 의미한다. 리보는 국제금융 대출, 외환거래, 파생상품 등 광범위한 금융시장에 적용되기 때문에 리보가 조작되면 주택담보대출, 학자금 대출과 각종 채권 금리 등에 영향을 준다.


바클레이스는 2008년 금융위기로 현금이 부족하자 차입 금리를 실제보다 낮게 보고해 리보를 낮춰 이득을 취했다. 이후 바클레이스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과 영국 금융당국도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언론은 이들을 '은행 강도단'이라는 뜻의 '뱅스터(Banker Ganster)'라고 보도하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대출금리 산정체계'를 발표했다. KB국민·신한·우리·KEB하나·농협·IBK기업·한국씨티·SC제일·부산은행 등 9개 은행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부 은행은 가산금리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대출자의 부채비율(총대출/연소득)을 일부러 높게 책정해 높은 가산금리를 붙이거나 대출자의 신용등급이 상승하자 우대금리를 줄이는 수법도 사용했다. 신용등급이 오른 대출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을 행사하자, 해당 지점장은 우대금리를 줄여 대출금리를 그대로 유지한 사례도 적발됐다.


하지만 금감원은 내부 규정을 이유로 은행 이름을 발표하지 않아 은행과 고객 모두를 '불신지옥'에 빠뜨렸다. 금감원 발표 이후 청와대 청원 게시판에는 '금리 조작'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청하는 글이 줄을 이었고 은행 민원팀은 고객들의 빗발치는 항의에 진땀을 흘렸다.


국민을 불신지옥에 빠뜨린 것은 금감원이지만, 불신지옥을 만든 것은 다름아닌 금융자본주의의 갑(甲)인 '뱅스터'들이다.


은행권은 지난 2016년부터 17개월간 이어진 최저금리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37조3000억원의 이자이익을 벌어들였다.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저금리시대에도 불구하고 가산금리로 일정 수준의 이윤을 계속 유지해 온 것이 아니냐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제출한 '국내은행 일반신용대출 금리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기준금리는 2.85%에서 1.5%로 1.35%포인트 줄었지만 가산금리는 2.96%에서 3.29%로 0.33%포인트 증가했다.


2017년 예금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개인신용대출, 담보대출 등) 총액은 약 196조5000억원으로 은행은 여기서 원금과 기준금리를 제외한 약 6조4650억원을 가산금리로 받은 셈이다.


금감원은 대출금리가 합리적으로 산정되도록 은행의 업무를 개선하고 대출금리 '모범규준'을 개정한다고 했다. '은행 채용비리' 폭풍 이후 은행연합회가 마련한 '채용 모범규준'의 데자뷰를 보는 듯 하다. 은행의 근본적인 시스템 변화 없이 금감원의 약속만으로 '금리 조작'을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더 이상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기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라도 금융당국은 뱅스터를 근절하고 피해자를 위한 징벌적손해배상 등 실질적인 금융소비자보호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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