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희 변호사의 법률상담소] 태아(胎兒)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까?

최지희 변호사 / 기사승인 : 2019-04-12 11:2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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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 뱅크>

(이슈타임)최지희 변호사=원고(보험회사)는 피고와 사이에 피고의 자녀가 출생하기 5개월 전 시점에 어린이 CI보험계약이라는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하면서 청약서 피보험자란에 '태아'라고 명시적으로 기재하고, 보험계약 체결 당일 제1회 보험료를 납부 받아 보험이 개시되었다. 이후 피보험자의 지위에 있는 태아가 분만 과정에서 뇌손상으로 장해진단을 받게 되자 피고가 보험금 지급을 청구하였는데, 보험회사에서는 “태아는 출생시 피보험자가 된다”는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였다. 대법원은 어떻게 판결하였을까.


민법은 “제3조(권리능력의 존속기간) 사람은 생존한 동안 권리의무의 주체가 된다”고 하여 권리능력이 있는 자를 규정하고 있는데 “생존하는 동안”의 의미는 사람이 출생한 때로부터 사망한 때까지를 의미한다. 민법의 해석상 ‘출생’이란 태아가 모체로부터 전부 노출된 때라고 보며, 태아가 극히 짧은 시간이라도 살아 있을 것을 요한다. ‘사망’은 심장이 정지한 때라고 해석하나 근래에는 뇌사 판정이 있으면 사망으로 인정해야 된다는 논의가 활발하다. 이러한 해석에 의하면 태중에 있는 태아는 물론 분만 중인 태아도 아직 출생 전이므로 민법상 권리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는 것이 원칙이고, 다만 태아의 권리도 보호할 필요가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에 법률에 개별규정을 두어 상속, 불법행위 등 일부 법률관계에 있어서는 태아가 출생한 것으로 본다. 이른바 개별적 보호주의이다.


예를 들어 불법행위에 기한 손해배상청구권에 있어 태아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는데, 태아의 부모가 교통사고로 사상의 피해를 입은 경우 태아는 출생한 뒤 태아 때 입었던 정신적 고통에 대하여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또한 태아는 상속순위에 관하여는 이미 출생한 것으로 보기 때문에 피상속인의 직계비속으로서 1순위 상속인이 된다.

태아에 대하여 개별적 보호주의를 취함에 따라 태아는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지 않음이 원칙이고, 상법상 보험계약의 경우에 태아가 권리의무의 주체가 되는지 또는 어떠한 지위에 있는지에 관한 규정이 없으므로 앞서 언급한 사례에서 보험회사는 권리능력의 주체에 관한 원칙 규정인 민법 제3조 및 보험약관에 따라 보험금지급을 거부한 것이다. 그러나 아이를 임신한 경우 태아에게 발생할 지도 모를 여러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태아보험을 드는 경우는 비일비재한테 개별적 보호규정이 없다고 하여 태아에게 발생한 상해의 경우 보험금지급의무가 없다고 하면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받아들이기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최근 대법원은 앞서 사례에서 보험사에게 보험금 지급의무가 있다고 판시하였다. 즉 상해보험계약을 체결할 때 각 당사자는 계약자유의 원칙 상 약관 또는 보험자와 보험계약자의 개별 약정으로 태아를 상해보험의 피보험자로 할 수 있다. 상해보험은 피보험자가 보험기간 중에 급격하고 우연한 외래의 사고로 인하여 신체에 손상을 입는 것을 보험사고로 하는 인보험이므로, 피보험자는 신체를 가진 사람(人)임을 전제로 하나(상법 제737조), 상법상 상해보험계약 체결에서 태아의 피보험자 적격이 명시적으로 금지되어 있지 않다. 인보험인 상해보험에서 피보험자는 '보험사고의 객체'에 해당하여 그 신체가 보험의 목적이 되는 자로서 보호받아야 할 대상을 의미하는데,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가 되는 태아의 형성 중인 신체도 그 자체로 보호해야할 법익이 존재하고 보호의 필요성도 본질적으로 사람과 다르지 않다는 점에서 보험 보호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약관이나 개별 약정으로 출생 전 상태인 태아의 신체에 대한 상해를 보험의 담보범위에 포함하는 것이 보험제도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고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에게 불리하지 않으므로 상법 제663조에 반하지 아니하고 민법 제103조의 공서양속에도 반하지 않는다. 따라서 계약자유의 원칙상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상해 보험계약은 유효하고, 그 보험계약이 정한 바에 따라 보험기간이 개시된 이상 출생 전이라도 태아가 보험계약에서 정한 우연한 사고로 상해를 입었다면 이는 보험기간 중에 발생한 보험사고에 해당한다는 이유이다.

태아를 피보험자로 하는 경우라면 당연히 이러한 사항이 보험계약서나 보험약관에 명기되어 있는지 확인하여야 한다. 모든 보험이 그렇지만, 보험약관과 다른 내용 또는 구체적으로 보험회사에서 설명한 보험의 조건은 보험계약서에 별도로 명기하거나 보험회사와 유선 상 대화 시 분명히하여 녹음하여 두는 것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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