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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희 변호사의 법률상담소]강제추행의 의미'추행'의 의미가 광범위해 다수 사법기관의 판단 맡겨져
강제추행의 의미. 사진은 기사와 무관.[사진=ⓒGettyImagesBank이매진스]

A는 밤늦게 회식을 마치고 다소 술이 취한 상태에서 귀가하던 중,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걸어가다가 횡당보도 맞은편에 서 있던 여자와 눈이 마주쳤다. 왠지 여자도 A를 자세히 보는 것 같았다. A는 횡단보도를 건너서 그 여자를 몇 발자국 지나치다 지인이라는 생각이 들어 되돌아 와 그 여자의 왼쪽 손을 살짝 잡으며 아는 척을 했다. 그런데 A의 착각이었고 그 여자는 모르는 사람으로 깜짝 놀란 A는 중얼거리듯 죄송하다고 하면서 빠른 걸음으로 가던 길을 갔다. 얼마 후 A는 경찰에서 강제추행으로 고소가 됐으니 출석하라는 요구를 받았고 기소돼 재판을 받게 됐다.

요즘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건, 모르는 사람들 사이에서건 불쾌한 신체접촉이 일어난 경우 형사상 책임여부가 크게 문제된다. 일반 강제추행은 성범죄 중에서는 그나마 가벼운 범죄에 속하지만 '추행'의 의미가 광범위하고 구체적인 행위가 추행에 해당되는지 여부가 사법기관의 판단에 맡겨진 경우가 많아 의도와 달리 크게 처벌을 받는 경우가 있고, 어떤 경우에는 신상정보공개의 대상이 돼 예상치 못한 큰 불이익을 받게 되기도 한다.

법원은 "추행이라 함은 객관적으로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고 선량한 성적 도덕관념에 반하는 행위로서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할 것인데, 이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피해자의 의사, 성별, 연령, 행위자와 피해자의 이전부터의 관계, 그 행위에 이르게 된 경위, 구체적 행위태양, 주위의 객관적 상황과 그 시대의 성적 도덕관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중히 결정돼야 한다"고 판시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슴, 허벅지, 목덜미, 뺨이나 입술 등과 같이 일반인이 보더라도 해당 신체의 접촉이 성적 의도가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경우는 판단이 어렵지 않다. 그러나 어깻죽지, 손, 머리카락 등은 해당 부위를 접촉한 사정만으로는 일반인의 관점에서 성적 수치심을 느낄 행위인지, 성적의도가 있었는지 분명치 않다.

2012년 대구지방법원 하급심에서는 "피고인이 골프장에서 함께 근무하는 여직원 甲의 쇄골 바로 아래 가슴 부분을 손가락으로 한번 찌르고 甲의 어깻죽지 부분을 손으로 한 번 만져 강제추행으로 기소된 사안에서, 피고인이 접촉한 甲의 신체 부위 및 정도, 甲의 태도, 피고인과 甲의 관계, 당시 상황 등 제반 사정을 종합할 때 민사책임은 별론으로 하고 위 행위사 형사상 강제추행에까지 이른 것으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때문에 '일반인에게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하는 행위'인지를 판단함에 있어 애매한 경우에는 많은 경우 행위 당시 상대방(피해자)가 느꼈을 감정을 참작할 수밖에 없어 피해자의 진술을 중요한 증거로 삼는다.

모두에 언급한 사안에서, 상대방 여자는 A가 손을 잡은 것이 아니라 쓰다듬었다고 진술했고, 검찰에서도 손을 쓰다듬으며 더듬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A가 단지 반가움에 손을 살짝 잡은 것이 아니라 성적 의도를 가지고 신체접촉을 한 것이라는 점을 입증하기 위했던 것이다. 그러나 위 사건을 담당했던 본 변호사는 만약 손을 접촉했다는 사실만으로 강제추행으로 처벌하게 된다면, 누구도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도 손을 잡아 반가움을 표현할 수도 없게돼 국민의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된다고 항변했고, 손을 잡는다는 것 자체가 폭행이 아닌 강제추행의 의미를 가지기 위해서는 상대방이 깜짝 놀랐다는 사실뿐 아니라 성적 수치심을 유발한다는 별도의 입증이 있어야 한다고 변론했는데, 법원이 위 주장을 받아들여 A는 무죄판결을 받았다.

여름에 짧은 소매에 짧은 바지를 입고 만원 버스나 전철에 탔다가 우연히 옆에 있던 사람과 불쾌한 신체접촉을 하게 되는 경우는 흔히 있는 일이다. 그런데 상대방과 우연히 그러한 접촉을 하게 된 것인지, 상대방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접촉을 해 온 것인지는 본인 입장에서 판단하기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막연히 기분이 나빴다고 해서 신고를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불쾌한 의사표시를 하자니 불의의 일격을 당할 수도 있어 이 마저도 쉽지는 않다.

변호사로서도 그런 일이 닥치면 어떻게 하라는 식의 조언을 하기 쉽지 않다. 그러나 '나라면 어땠을까'라는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차분히 상대방의 행동을 곱씹어 본다면 이해할 수 있는 경우도 분명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상대방이 깜짝 놀라는 내 모습을 보고 본인도 놀라거나, 사과의 마음을 표현하는 경우 등이다. 이는 단지 참는 것과는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와 일상적인 실수에 대한 관용에 관한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언제부턴가 용서와 관용에 인색한 사람이 된 것은 아닌지 나 스스로 먼저 되돌아본다.

※외부 원고는 본 편집의도와 다를 수 있습니다.

최지희 변호사  isstime@isstim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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